
오랜만에 빌려서 본 책은 김초엽 작가의 파견자들이다. 우연히 알게 되었는데 나름 재밌게 읽었다.
내용 하나하나에 대한 후기도 좋겠지만 인상 깊었던 부분에 대해 말을 해볼까 한다.
후기에 앞서 스포일러가 필연적일 거 같아 미리 공지하고 시작한다.

먼저 이 책의 전체적인 소재에 대해 말을 꺼내본다.
게임, 소설 등에서 아포칼립스, SF 하면 나오는 배경 중 하나는 바로 지상을 빼앗긴 인류인 거 같다.
이 책 말고 다른 예를 들어보자면, 모바일 게임인 니케:승리의 여신에서도 지상을 빼앗긴 인류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이 게임에서는 기계한테 지상을 빼앗겼다면 파견자들은 아포라는 일종의 바이러스 종류한테 지상을 빼앗긴다.
그만큼 흔한 소재인데 이 소재를 활용하는 건 여전히 재밌다. 아무래도 이를 사용해 이야기를 전개하는 건 작가마다 다르니까. 지상을 탈환하고자 하는 마음과 그 속에서 펼쳐지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매력이지 않나 싶다.

주인공인 태린은 파견자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아카데미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는 그녀이지만 파견자가 되기 위한 시험을 치르는 도중 문제가 발생한다.
뇌내에서 다른 자아인 쏠이 말을 걸기 시작한다. 본래의 자아와 갑자기 등장한 자아가 충돌하기 시작한 것이다.
다행히 시험은 무사히 치렀지만 앞으로가 문제였다.
이 자아를 통제하기 위해 별 짓을 다 해보지만 무리였다. 결국 파견자 시험의 최종 단계에서 자아의 통제를 잃고 큰 일을 일으키게 된다. 이 일에 대한 값으로 거의 죽는 것과 다름없는 지상의 한 곳으로 나가게 되는데, 여기서 쏠에 대한 정체가 밝혀진다.

죽으러 간 것과 마찬가지인 곳에서 자신은 어떤 존재인지, 이 자아는 어떤 것인지에 대해 알게 되는 그 과정이 꽤 흥미로웠다. 도착한 장소에서 미지의 존재들과 새로운 방식으로 소통한다. 대화를 통해 그동안 없애고 통제하고 싶었던 자아의 정체에 대해 알게 된다. 이때 본인의 정체를 알게 된 쏠 본인도 혼란스러워 한 게 기억에 남는다.
이제 그녀는 이 자아와 어떻게 공존할 것인지, 앞으로 어쨌거나 본질적으로 자신과 같은 존재인 범람체에 대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고민을 해야 했다.
약간 극단적인 선택이긴 했는데, 그녀는 결국 자신과 같은 존재를 구하기 위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향해 총구를 겨눈다.

이 과정에 이르기까지 그녀가 범람체인 자아, 쏠과 만나게 된 과정, 그리고 왜 잊게 되었는지에 대해 나오는데 약간 감동적이었다. 과거를 들여다보면 실체가 없을 뿐이지 태린 본인의 자아와 쏠은 서로 감정을 공유하고 있었다.
결말까지의 험난한 과정을 통해 그녀는 충돌하던 자아인 쏠과 다시 사이가 좋아졌고 이윽고 공존하는 것에 성공한다.

이제프 파로딘은 남주인공 포지션에 가깝다. 태린의 선생님이자 파견자 선배로 태린을 사랑한다.(참고로 둘이 최소 9살 차이다.) 둘의 행동이나 대사만 봐도 이를 잘 알 수 있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이거 때문에 이제프는 자신의 상황과 신념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일을 다 벌인다.
다만 태린과 정확하게 생각이 반대였다. 그는 늪인, 범람체와의 공존을 원하지 않았다.

이제프의 결말은 좋지 않은데 인과응보라고 생각한다. 과거에 그가 행한 짓이 선을 좀 넘었다. 아무리 좋게 포장해도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장기관찰 생체실험이라는 건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늪인의 정체를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게 아닌지... 조금만 더 생각을 해보면 좋았을 텐데 아쉬운 부분이다.
물론 개인적으로 이제프가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은 인물이다. 성격이 우유부단하지 않고 꽤 시원하다. 작중에서 능력도 출중하고 자신이 지키고자 하는 거에 최선을 다한다. 이제프만 나오면 작중 내용이 재밌어진다. 그래서 인상 깊을지도?

책이 전체적으로 호불호가 약간 갈릴 거 같다. 진도율 40%까지는 불호가 많을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인 생각인데 작중 재미의 정도가 첨부한 이미지와 비슷하다.
초반만 버티면 금방 읽을 수 있으니 읽기 시작했다면 조금만 참고 읽는 걸 추천한다.
7월이 시작되었는데 아직까지 날씨가 작년 이맘때처럼 엄청 덥지 않다. 이번 달도 다들 잘 보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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