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의 독후감 업로드이다. 이번엔 근래 채식주의자로 노벨문학상을 받아 엄청난 관심을 받고 있는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를 읽어보았다. 저 상을 수상 받은 것이 읽게 된 이유였지만 sns에서 우연히 마주친 명대사가 본격적인 계기가 되었다.
" 네가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다. "

줄거리는 대략 요약하면 518민주화운동 속에서 등장인물들이 겪은 일련의 일들이다. 동호, 정대, 은숙 등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가 전개되며 그들이 광주에서 겪은 고통과 아픔에 대해서 많은 얘기가 나온다. 그들의 나이는 19살이 되지 않은 학생들부터 중장년 등 꽤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각자의 위치에서 어떤 식으로 고통을 겪었는지, 어떤 경위로 시위에 참여하게 됐는지에 대한 배경도 다양했다. 그리고 내용이 진행되는 시간대도 내 기준 꽤 다양하고 촘촘하게 되어 있었다. 518이 진행되는 그 당시의 시점, 그 이후 생존자들의 시점, 그리고 현재의 시점 등 여러 곳에 등장인물들이 배치되어 있어 시간이 흐름에 따른 등장인물들의 정서에 대해 읽을 수 있었다. 다만 시간대 나열은 약간 산발적이었다.

소년이 온다를 읽으며 인상깊었던 점이 몇몇 있었다. 우선 한강 작가 특유의 문체를 여기서도 볼 수 있었다. 이 특징은 한강 작가 작품이 공유하는 특징인데 나의 경우 채식주의자>소년이 온다>희랍어시간 순으로 작품을 봤다. 작품 모두 그녀의 특유 문체가 책에 고스란히 있었다. 한강의 문체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책을 처음 펼친 순간부터 찾을 수 있다. 내가 본 그녀의 문체의 대표적인 특징은 따옴표를 딱히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물이 말하는 걸 굳이 구분 짓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독서에 갓 취미를 들였거나 책을 입문하는 사람 등은 그녀의 책을 보고 누가 무슨 얘기를 하는지 자칫하면 이해를 못 할 확률이 꽤 높을 거 같았다.
다음으로 인상 깊었던 건 소재사용이다. 작가의 거의 모든 작품에 나오는 소재인 거 같은데, 바로 영(靈)이다. 영을 통해 내용을 자주 전개한다는 것인데, 이 소재는 특히 이번 소년이 온다에서 빈번하게 나왔다. 작가가 영혼이 있다고 믿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문학적 소재로 이를 활용하는 건 꽤 깊은 인상을 남겨 주었다. 특히 이 책의 등장인물 중 하나인 정대가 작품 내에서 죽어 이 소재로 등장했다. 영혼인 자신은 어떤지, 그 상태에서 바라본 자신의 시체의 상태 등 그 감상을 영혼의 상태에서 세세하게 말한다. 정대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죽어 그와 동일한 영의 상태가 되는데 이때 그들은 어땠는지 등이 묘사되어 있다. 살아있는 대상이 아니라 이미 죽은 상태로 인물을 등장시켰다는 것이 난 꽤 신박하게 다가와 흥미롭게 챕터를 볼 수 있었다.

이번 작품은 특히 인물들이 겪었던 고통을 마치 본인이 겪은 거마냥 사소한 거 하나까지 자세하게 표현한 것도 인상 깊었다. 예시를 들자면 남성 등장인물은 무슨 고문을 어떤 식으로 받았고 민주화운동 이후 어떻게 살다가 죽었는지, 여성 등장인물들은 어떤 고문을 받다가 고문도중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게 되는지 등 묘사 하나하나 헛된 게 없었다. 책을 읽는 나까지 그 고통이 어떨지 짐작이 갈 정도로 세밀하게 적혀 있다. (성별을 굳이 나눠서 예를 든 이유는 정말 그 고문이 성에 따라 다르다. 여기서 말하기 힘든 고문이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은 책으로 직접 보길 바란다.)
책의 분량은 생각보다 얼마 안 되지만 막상 다 읽고 나면 이런 정밀한 묘사들에 정신적으로 약간 피곤할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표현들은 우리로 하여금 다시 한번 그 참상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현대에 있는 우리는 이걸 어떻게 봐야 하고 받아들여야 할지 등. 물론 이건 개인마다 다 다를 것이다.

책을 다 읽고 나면 내 눈길을 끌었던 저 대사가 왜 명대사인지 알 수 있다. 나는 저 대사만으로도 여기 나온 모든 상황이 요약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책 초반부터 상황이 좋지 못해 장례식을 치르지 못한 많은 사람들이 나온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살아남은 희생자 가족들의 현대 모습에서 그 대사가 무엇을 말하는지 알 수 있다.
최근 여러 일들이 많았는데, 그래서인지 이 책도 다시 화두에 올랐다. 언론에서 꽤 자주 보였으며 유튜브 등의 매체에서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그 어떤 이유가 됐건 나는 이 책을 한 번씩 읽어 보는 걸 추천한다. 전개가 매끄러워서 막힘없이 읽을 수 있다. 역사시간에도 익히 배웠고 영화에서도 자주 나오니 익숙해서 눈에 잘 들어올 것이다. 더군다나 책도 얇아서 부담이 덜하니 한 번쯤 읽어보는 것이 어떨까?
오랜만의 업로드인데 소심하지 않은 글을 적은 거 같다. 아무튼 내 감상은 여기까지이다. 모두들 재밌게 감상을 읽었으면 한다. 다음 책 후기도 기대해 주길 바라며 후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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