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수능이 생각보다 얼마 남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엔 내 고3 이야기... 수능부터 지금까지의 상황에 대한 썰을 한 번 풀어보려고 한다.

나는 중3이 되어서야 공부를 열심히 시작했다. 그 전에는 공부에 흥미를 그다지 안 가졌다. 공부보다 게임, 그림 그리기 등 취미활동을 더 열심히 했었다. 그래서 중3 때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 집중도 안 될뿐더러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하는지 몰랐으며 중1, 2 때 공부했어야 하는 걸 제대로 공부를 안 해놔서 3학년 때 부랴부랴 다시 했다. 그래도 다행히 한만큼 성적이 나와서 고등학교는 무사히 잘 진학했다. 그러나 진학하고 나서가 문제였다.
나는 고교에 입학하고 나서야 수시와 정시가 무엇인지, 모의고사가 무엇인지에 대해 알게 되었다. 덕분에 늦은 정보 습득은 피를 부른다는 걸 알게 되었다. 고1 때 그래서 많이 방황했다. 공부를 남들처럼 열심히 했다고 하기 부끄러울 정도이다. 그렇게 나는 수시를 말아먹게 된다. 좀 많이 망해서인지 고2 때 열심히 해도 회복이 불가능이었다. 그래서 고2 2학기, 고3 다 될 때쯤 정시로 틀게 되었다.
고3은 생각보다 공부해야 할 양이 많다. 하루에 할 걸 다 정해놔도 새로 공부할 게 쌓일 정도. 그래서 수능특강은 2월~3월에 다 풀고 계속해서 반복학습을 하는 게 좋다. 그런데 난 이거부터 힘들게 겨우 다 풀고 복습했다. 왜 그랬냐면 2월에 많이 방황했기 때문이다. 공부를 하긴 했는데 놀았다.(이러면 안 된다 진짜) 그래서 결국 3월달에 독서실을 끊게 된다. 다행히 독서실이 나랑 잘 맞았는지 매일 열심히 다녔다. 덕분에 2월에 논 걸 무마할 수 있긴 했지만 불안함이 나를 계속 따라오게 되었다. 남들보다 늦었다는 사실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솔직히 불안할 수 밖에 없었다. 코로나19로 인해 학교도 별로 가지 못했다. 게다가 나는 한 달이라는 공백기간이 있었다. 그래서 '그때 왜 그랬을까'라는 생각을 항상 했다. 그리고 학원을 의도치 않게 옮기게 되었는데 이 학원이 생각보다 나랑 맞지 않았던 거 같다. 그래서 학원에 갈 때마다 힘들고 스트레스였던 거 같다. 학원이라도 다니면 불안함이 좀 사라지지 않을까 해서 다녔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냥 한 달 다니고 끊을 걸 그랬다. 수학, 영어학원이었는데 적어도 영어는 끊었으면 스트레스가 덜 했지 않을까 싶다. 학원에 다니고 계속 등급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11월엔 커리큘럼이 끝나서 혼자 공부하게 됐는데 이게 더 도움이 됐던 거 같다. 수학은 아니었지만.
공부는 평범하게 했다. 문제집, 모의고사는 풀고 나서 분석하고 피드백을 하고. 그러고 나중에 또다시 풀어보고. 인강도 보면서 공부했다. 모두 다 하는 방식 그대로 평범하게 진행했다. 공부법에는 문제가 없었고 공부하는 내 태도에 문제가 있었던 거 같다. 집중력은 둘째치고 시간만 때우는 공부를 한 게 아니었을까... 다시 반성해본다. 양과 시간 둘 다 중요하지만 나는 시간만 채웠던 게 아닐까? 그리고 참을성이 없었다. 나 같은 경우, 독서실에서 공부하고 밥은 집에 가서 먹었는데 이때 밥만 먹고 바로 독서실에 갔어야 했다. 그런데 밥을 먹고 어영부영 쉬다가 독서실에 갔다. 이때 시간 낭비를 많이 한 거 같다. 대학 가면 시간이 남아돈다고 다들 그랬는데 정말 시간이 전보다 많이 생기긴 했다. 대학교에 진학하고 나서 많이 후회한 게 다름 아닌 바로 저거였다. 밥 먹고 30분~1시간 논 거... 이때 나는 주로 영상을 보거나 게임을 했다. 이게 뭐라고 그렇게 했는지... 그런데 지금은 신기하게도 그때 그 맛이 나지 않는다. 그 시절에만 즐거웠나 보다.

나는 영어랑 사탐(문과였다)은 잘했는데 정작 중요한 국어랑 수학을 못했다. 수능날에는 등급이 잘 나오길 빌며 공부를 어찌어찌 계속했지만 결과는 더 나쁘면 나빴지 좋은 결과는 보지 못했다. 역대 최악의 점수를 맞게 된다. 수학은 학원을 다녔지만 결국 수능날엔 수학마저 역대 최악의 점수를 보게 된다. 믿었던 사탐은 정작 너무 쉽게 나와버려서 2등급이 없는 상황이 펼쳐졌다. 영어가 가장 걱정이었는데 수능이 생각보다 쉽게 나와서 등급이 잘 나와주었다.
원래 언론쪽을 준비하다가 수시를 망치고 미래 전망도 그래서 쿨하게 버리고 철학과(전과가 목적이긴 했지만) 아니면 일문과 같은 어문 쪽을 바라보고 공부를 했었다. 그러나 수능 점수가 내 예상과는 너무 다르게 나와서 생각지도 않은 학과를 가게 됐다. 바로 사회과학계열의 학과를 가게 된다. 그래서 대학 첫 수업에 정말 많이 당황했었다. 지금은 좀 익숙해져서 괜찮지만... 인생 어떻게 될지 정말 모르겠다는 걸 수능에서 배웠다.

나는 수능 당일을 절대 잊을 수 없을 거 같다. 못 일어날 거 같았지만 새벽 4시 50분경에 눈을 떴다. 수능시험장에 갈 준비를 하는데, 날 위해 점심을 싸주시는 어머니와 날 학교까지 데려다주시기 위해 차를 미리 따뜻하게 해 놓으신 아버지. 이걸 보고 순간 울컥할 뻔했다. 수능이 뭐라고 내 주변 사람들까지 이렇게 고생하는가. 마음이 좋지는 않았지만 잘 보고 오라는 말을 들으니 힘이 생겼다. 그렇게 나는 집을 나서서 아버지의 차로 향했다. 그때 학교에 가면서 본 풍경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춥지만 상쾌했던 새벽 공기 속 분주한 도시, 바쁘게 달리던 도로 위의 차들, 그리고 학교 앞 또 다른 학부모들. 아직도 생생하다.
예전에 다녔던 학원 선생님의 모교에서 수능을 보게 되어서 감회가 남달랐다. 그 기운을 좀 받고 싶었지만 받지 못한 거 같다. 반에 들어서니 분위기가 고요했다. 그 분위기에 응답하듯 나도 조용히 자리에 가서 문학을 다시 봤다.
1교시, 국어 끝나고 솔직히 울고 싶었다. 평소보다 못본게 바로 느껴졌다. 비문학 한 문제를 고칠 수 있었는데, 고치지도 못한 채 바로 답안지를 제출했다. 다른 검토할 문제도 갈팡질팡 하다가 안 고쳤다. 마음이 정말 착잡했다. 그런데 그 순간 내 바로 앞에 앉아있던 학생이 나한테 말을 걸었다. 바로 중1 때 친하게 지냈던 같은 반 친구가 거기에 있었다. 정말 반가웠다. 얘기를 나누다 보니 위로가 되어서 2교시 시험을 멀쩡한 상태로 잘 볼 수 있었다.
점심시간엔 도시락을 꺼내 먹는데, 난 이게 은근 두근대고 재밌었다. 도시락을 난 별로 먹지 않아서 그랬던 거 같다. 그런데 먹으면서 눈물이 살짝 나긴 했다. 수능 전 날에 어머니께서 뭘 먹고 싶냐는 말을 하셨는데 나는 그때 계란말이를 말했었다. 그런데 그 계란말이를 막상 먹으니 눈물이 났다. 싸주신 뜨거운 물을 마시며 점심을 마무리했는데 나는 그 시간 동안 걱정하는 마음과 응원하는 마음 둘 다 느낄 수 있었다. 그 덕분인지 영어는 결과가 좋게 나왔다.
사탐은 편하게 풀었다. 그런데 이거만 보면 수능이 끝난다는 사실이 믿기진 않았다. 수능을 다 보고 나서 교실에 잠시 있다가 밖으로 나왔는데 혈육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혈육 말고도 다른 학부모님들도 다 나와 계셨다. 그걸 실제로 보면 기분이 정말 묘하다. 가족애를 바로 느낄 수 있을 정도.
나는 수능끝나고 혈육이랑 같이 집에 갔다. 물론 바로 간 건 아니다. 내가 예전부터 먹고 싶었던 벌집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먼저 갔다. 정말 맛있고 달았다. 그렇게 맛있는 건 아닐 텐데, 그 순간에만 그렇게 느꼈던 거 같다. 그리고 마트에 들려 잠깐 장을 보고 집에 갔다. 집에 가니 아버지께서 소고기를 사 오셨다. 그걸 보니 기분이 좋으면서도 착잡했다. 수능을 그렇게까지 잘 본 편이 아니어서 먹기 죄송했다. 그래도 먹긴 했지만 수능 점수를 보니 먹을 맛이 뚝 떨어지긴 했다... 그렇게 나는 대학에 합격하기 전까지 나는 입맛이 떨어져서 별로 안 먹으며 지냈다. 그러니까 살이 빠지긴 하더라.

지금 대학이 마음에 드는 건 아니지만 열심히 다니고 있다. 전공 A+이 있는 거 보니 열심히 공부한 건 맞을지도 모른다. 이번 방학엔 토익 공부를 여유롭게 하면서 공모전 준비랑 독서를 해볼 생각이다. 대학에 진학하고 나서 나는 한층 더 성장했다. 대학에 안 가도 좋지만 다니는 걸 추천하는 이유다. 내가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거 같다.
나같은 사람도 대학에 다니면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수능을 망쳤다고 너무 우울해하지 않아도 될 거 같다. 재수나 반수를 하거나 편입을 하는 등 대학은 얼마든지 바꿀 수 있으니까 죽는다는 선택지만 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물론 그 선택지를 하는 마음은 이해가 간다. 나도 그러고 싶었으니까. 하지만 그 선택보다는 다른 선택을 했으면 좋겠다. 세상엔 즐길 게 생각보다 너무 많다. 많은 사람들도 있다. 재밌는 게 너무 많다. 수능이 끝나면 이런 것들을 하나하나 해 봤으면 좋겠다. 현 고3들은 나처럼 놀거나 제대로 공부 안 해서 후회하지 말고 열심히 공부해서 원하는 대학, 원하는 학과에 갔으면 한다. 빛나는 청춘을 응원한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고3 때 썼던 수능 일기에 대해 썰을 풀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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