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情)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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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생각

정(情)에 대하여

by 유별난과자 2021. 7.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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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잠깐 아팠다. 그래서 덕분에 거의 누워 있었다. 그러면서 떠올린 생각을 정리해보았다.

 인간관계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학창 시절엔 친구를 사귀는 것도 약간 부담이었다. 3월 새 학기가 되면 ' 반에서 혼자 겉돌면 어쩌지? ' 와 같은 고민은 늘 따라다녔다. 초등학생 때부터 따라다니던 이 고민은 고등학교 3학년이 되어서야 사라졌다. 고3땐 친구보다 공부가 우선이어서 반에서는 공부만 했다. 그런데 반 분위기도 한몫해서 고3땐 반에서 적당히 지내면서 공부했다. 돌이켜보니 이때부터 이 생각을 하기 시작했을지도 모른다.
 고3때 친구들과 친하지 않다는 게 아니다. 필요 이상의 정을 나누지 않았을 뿐이다. 수능이 끝나고 나선 약간 아쉬움이 남기도 했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이런 관계도 나쁘지 않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본래 나는 사람을 사귀면 정을 깊게 나눈다. 그러면서 같이 경험하고 공유한다. 그러니까 친구를 깊게 사귀는 편이다. 그래서 사이가 틀어지거나 어느 순간 연락을 안 하게 되면 약간의 서운함과 더불어 복잡한 감정을 느끼곤 한다. 그런데 필요 이상의 정을 나누지 않은 사람들과 이렇게 되면 상황이 달라졌다. 그냥저냥 나쁘지 않다고 느꼈다. 그래서 이렇게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 친구를 사귀되, 필요 이상의 정을 주지 않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되지 않을까? '.

 저 생각을 하고 난 직후엔 이상한 생각이라며 얼버무렸다. 그런데 고교를 졸업하고 대학교에 가고 나서는 이상하다는 생각을 더 이상 하지 않게 되었다.
 언젠가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대학가서 사귀는 친구랑 고교에서 사귄 친구랑은 뭔가 다르다고. 난 이 말이 정확하게 뭔지 몰랐다. 그런데 대학교에 진학하니 바로 알 수 있었다. 내가 사귄 사람의 경우, 정을 줄까 싶다가도 멈칫하는 순간이 종종 왔다. 그 사람이 나쁘다는 건 아니다. 그런데 무언가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아주 얇은 벽 하나가 존재하는 느낌이었다. 그걸 보며 생각했다. 내가 했던 생각은 이상한 생각이 아니었다는 걸. 나도 그때부터 선을 정해두기 시작한 거 같다. 일정량 이상의 정을 주지 말자고. 그냥 적당히 이대로 지내는 게 편하다고.
 매정스러워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현대 사회에서 사회 생활하기엔 딱인 생각이지 않은가? 서로 너무 피곤하지도 않은 관계일뿐더러 오히려 이게 더 편할지도 모른다. 나도 처음엔 너무 정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더 큰 물로 나가면 나갈수록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 허물없이 친하게 지낸 친구와는 분명 다르다. 깊은 우정을 유지하는 것도 좋다. 하지만 가볍지도 않고 무겁지도 않은 친구사이도 좋지 않을까.

 정을 많이 나눈 친구와 그냥저냥 적당히 친하게 지낸 친구... 둘 다 괜찮은 관계가 맞긴 하다. 결국 어떤 관계를 택할지는 본인이 상황을 보고 결정해야 하겠지만 말이다. 인간관계는 역시 너무 어렵다. 살면서 많은 관계를 경험하면 할수록 더 어려운 게 인간관계가 아닐까. 이러한 관계는 일종의 눈치 게임일지도 모른다.
 이왕 사람 사귈 거, 서로 긍정적인 점을 공유하면서 좋은 관계로 나아가길 바랄 뿐이다. 만난 것도 인연인데 서로 잘 지내서 오래 관계를 지속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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